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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로 본 서울의 정동지리
초록
이 글은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데이터베이스, 〈한국 근대 사료 DB〉에 공개된 「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에 나타난 경성부 주소지 데이터를 중심으로 지도를 작성하고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카드가 포함하고 있는 지리적 내용과 그것이 함의하는 사회운동의 성격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간 식민지 시기 경성이라는 공간을 인간의 사상과 감정, 신체적 반응과 사회적 운동과 연결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대개 종로를 중심으로 1920년대 초반에 국한되어 사회주의 사상이 자리잡는 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되었다. “프롤레타리아 물결”은 거기서부터 시작하지만 농민운동, 청년운동, 여성운동, 형평운동 등과 교차하며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형태로 확장되고 재편되었다. 흔히 사회운동의 관점에서는 1935년 이후의 시기가 분석의 대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1930년대 중반 이후에 사회의 투쟁 열기가 급속히 사그라들었다는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는 1940년대 초반 가장 높은 검거율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기존 운동론의 관점으로 1930년대 후반과 40년대 초반을 살피는 것이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다. 이 시기 검거된 인물들 가운데는 빈민층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는 보다 공간과 인간에 대한 제국의 분류 기술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정동지리라는 개념이 요청된다. 정동지리는 식민정책의 변화 과정 속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신체를 조망하면서도 그 신체의 역능을 규명할 수 있는 개념이다. 도시계획 속에서 빈민의 무리는 도시의 그늘을 따라 이동한다. 이들은 어떤 순간에는 음산한 유령처럼, 또 다른 순간에는 활기찬 노동자로 변주되며,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통치의 힘과 관계한다. 그들의 주요 행위 방식 중 하나인 ‘침묵’은 통치 권력에 의해 반체제적인 행위로 재구성된다. 권력서사에 편입될 수 있는 재현의 자원을 갖지 못한 이들 일수록 오히려 침묵과 같은 것들, 재현되기 힘든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잘 다룰 수 있다. 침묵에는 윤리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으며 침묵을 공유함으로써 그 판단을 공유한다. 1940년대 빈자들의 검거율은 이와 같은 침묵의 정동을 반영하고 있다. 이 글은 1919년 3.1운동이라는 기점과 1920년대 중반 노동운동이 사회운동을 대표하게 되는 과정을 거쳐, 1930년대 중반 이후 노동자와 지식인의 결별 혹은 지식인의 노동자 되기 속에서 조명되는 빈민의 공간을 주목하며 저항의 물결에서 침묵의 물결까지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리적 변화 과정과 함께 살펴보고자 하였다.
키워드
- 제목
- 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로 본 서울의 정동지리
- 제목 (타언어)
- The Affective Geography of Seoul as Seen Through the Surveillance Target Person Cards under Japanese Rule
- 저자
- 전성규
- 발행일
- 2025-06
- 저널명
- 국어국문학
- 호
- 211
- 페이지
- 215 ~ 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