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전기 기신의례(忌辰儀禮)에 보이는 공간과 동선, 그리고 왕권의 재현

Space and Steps of Annual ancestral rites(Kishin-ui, 忌辰儀), and the Reproduction of Kingship in the early Goryeo dynasty

초록

이 글은 선왕의 기일에 설행되는 기신의례를 공간과 동선에 초점을 맞추어 그 정치적 상징성을 탐색한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행사를 통해 국왕은 왕통의 정통 후계자임을 확인받고 과시하는 동시에 신하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게 됨을 보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국왕이 돌아가신 부모를 모신 진전으로 행차하여 거행하는 의례인 선왕휘신진전작헌의와 신하들로부터 위로의 표문을 받는 상표의라는 두 종류의 의례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다. 작헌의의 거행 장소는 종교적으로 신성한 사원에 위치하면서도 별개의 구역으로 구분된 진전이며, 상표의의 거행 장소는 정치적으로 국왕을 상징하는 궁궐의 정전이었다. ‘진전’은 부처의 신성한 권위가 투사되는 사원에 위치하여 부처의 신성성으로 왕권의 신성성을 보강하도록 의도하였다. 작헌의에서 국왕은 홀로 진전 내부로 들어가 술잔을 올리고 음복을 하는 과정을 진행하며, 신하들은 진전의 문까지 나아가 이 과정을 지켜보기만 한다. 이로써 진전은 고려의 국왕이라는 정당한 왕위계승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비밀스런 공간임을 상징하며, 국왕이 홀로 작헌 의식을 수행함으로써 국왕은 정통성과 신성성을 갖춘 계승자임을 드러낸다. 또한 상표의는 국왕 그 자체와 그의 정치 행위를 상징하는 정전에서 거행되었으니, 국왕은 적법한 왕통의 계승자임을 과시하는 한편으로 신하들은 국왕의 권위를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신의례에는 국왕과 신하 사이에 왕통의 정통성과 신성성을 놓고 재귀적으로 순환하는 논리의 이중성이 형성된다. 결국 기신의례는 국왕이 신비적인 비의성을 드러내어 신성한 계승자임을 천명하는 장(場)이자 그러한 정당한 국왕임을 인정받는 기회가 되는, 중요한 국가적 행사이다.

키워드

기신의례경령전진전선왕휘신진전작헌의(先王諱辰眞殿酌獻儀)상진위표의(上陳慰表儀)알조진의(謁祖眞儀)Memorial service on the day of former King’s deathGyeong’ryeong-jeon HallJinjeon(shrine for royal family)Protocol for the ritual of offering ancestral king(sor parents) a glass of drink at the Jinjeon chamber(Seon’wang Hwishin Jinjeon Jakheon-eui先王諱辰眞殿酌獻儀)Sangpyo-ui(ceremonial ritual to present petition上陳慰表儀)Aljojin-ui(ceremony to call pay founder’s respects謁祖眞儀)
제목
고려전기 기신의례(忌辰儀禮)에 보이는 공간과 동선, 그리고 왕권의 재현
제목 (타언어)
Space and Steps of Annual ancestral rites(Kishin-ui, 忌辰儀), and the Reproduction of Kingship in the early Goryeo dynasty
저자
김보광
DOI
10.35865/YWH.2024.06.132.47
발행일
2024-06
저널명
역사와 현실
132
페이지
47 ~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