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번역본에 나타난 굴절과 종교적 이데올로기

Refraction in the Translation of Silence and Religious Ideology

초록

이 논문의 목적은 종교출판사에서 이뤄진 엔도 슈사쿠의 『침묵』 번역에서 종교적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구체적 양상을 밝히는 것이다. 『침묵』은 개신교 출판사인 홍성사와 가톨릭 출판사인 바오로딸의 번역본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수용되었다. 두 출판사 판본과 달리 마지막 장까지 포함해 원작을 충실히 번역한 중앙일보사의 『오늘의 세계문학 전집 15 침묵』은 존재 자체가 잊히고, 두 종교 출판사에서 번역한 판본은 오늘날까지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은 종교문학으로서의 『침묵』과 종교계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바오로딸과 홍성사 번역은 ‘종교/문학’에서 전자에 방점을 두고, 원작의 체제와 표현을 변용하였다. 원작의 마지막 장을 빼거나, 체제를 바꾸는 것은 문학작품에 대한 권위가 번역자에게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두 판본은 동일한 종교 배경을 지닌 독자에게 친숙한 어휘로 원작을 번역함으로써, 일반독자들이 책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종교를 가진 독자들도 자신의 신앙을 일반적인 상식과 연결지어 사유할 기회를 빼앗긴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작가가 작품에서 펼친 신앙에 대한 고민이 홍성사의 번역본에서는 개신교의 기존 신앙에 익숙한 형태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원작 9장의 마지막 단락의 단어를 바꾸고, 내용을 추가하는 적극적 개입을 통해 원작에 나타난 중심인물의 자기 삶과 종교에 대한 의심과 번민은 ‘시련을 통한 신앙의 성숙’이라는 한국 기독교인에게 익숙한 내러티브로 굴절된다. 원작의 마지막 장을 누락한 번역본은 완결된 형태의 굳건한 신앙고백으로 끝난다. 이러한 굴절을 통해 원작의 실존적 신앙 갈등을 약화시키고, 한국의 기독교인이 편안하게 작품을 수용하게 한 것이다.

키워드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침묵>굴절후원종교적 이데올로기Endo ShusakuSilenceRefractionPatronageReligious Ideology.
제목
『침묵』 번역본에 나타난 굴절과 종교적 이데올로기
제목 (타언어)
Refraction in the Translation of Silence and Religious Ideology
저자
김진규
DOI
10.17948/kcs.2022..96.499
발행일
2022-08
저널명
민족문화연구
96
페이지
499 ~ 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