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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 지도 데이터로 본 저항 감정 지도 -함경도를 중심으로-
초록
이 글은 일제강점기 감시대상 인물카드 자료 가운데 함경도 출신 인물들의 주소지 정보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저항 감정이 농밀하게 응축되고 분출된공간을 시각화하고 이를 ‘저항 감정 지도’로 명명하고자 하였다. ‘저항 감정 지도’는 억압적 상황 속에서 형성된 집단적 분노, 두려움, 불복종, 결의, 고통, 슬픔 등의 감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장소에 어떻게 분포하고 집중되었는지를 시각적으로 재현하고 설명하는 지도이다. 이 지도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두 가지이다. 첫째, 저항의 감정은 어떠한 조건 속에서 발생하며 어떻게 형성되는가. 둘째, 함경도라는 지역은 어떤 과정을통해 문화적 방법이나 제도적 수단이 아닌 무장투쟁이라는 급진적 실천으로 나아가게 되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글은 간도와 함경도의 심리적⋅정서적 연관성, 함경도 민중이 체감한 계급 구조, 식민지 수탈 체제의 구체적 작동 방식, 토지문제와 이주 양상, 그리고 야학회⋅독서회⋅비밀결사 등 아래로부터의 조직화 양상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였다. 시기적으로는 1928년, 1931년부터 1936년의 상황, 그리고 1942년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장소적으로는 간도,원산, 정평, 갑산 등의 지역에 주목하였다. 함경도 사람들이 지닌 검소함과 질박함, 이 지역 언어가 가진 투박하고 거친특성, 그리고 제도화된 방식보다는 제도를 깨뜨리는 방식으로 싸우는 저항의 양식은 식민지 시기 내내 자본의 울타리에 갇힌 중심부 서사의 안정성을 정면으로타격해 왔다. 이들은 극심한 탄압 속에서도 무장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것을 통해 내부의 결의를 다지고 새로운 서사적 상상력을 사회에 제안하였다. 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에서 함경도 출신자들의 형명(刑名)을 분석할 때 다른지역에 비해 무장투쟁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들이 폭력을 놓지 않았던이유로는 무엇보다 간도와의 관계성을 들 수 있다. 함경도는 심리적⋅정서적으로 간도와 강한 연결성을 지녔다. 지도 안에서도 간도와 함경도는 연속적으로반응하는 양상이 확인된다. 간도는 일본의 탄압이 끊이지 않던 장소였다. 일본은 오랜 시간 동안 간도에서 수많은 희생을 초래하며 말살을 기도하는 폭력을점차 체계화해 나갔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의 장소로서 간도는 오히려 죽임을당한 이들의 영혼이 깨어날 수 있는 잠재적 지대이기도 했다. 말살의 기획이 체계화될수록 간도는 더 집요하고 급진적인 저항의 에너지를 분출했다. 셀 수 없는 죽음이 살아남은 자들의 몸에 들러붙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사악한 바람”처럼 피할 수 없는 동기로 결국 다시 투쟁의 장으로 나아갔다. 1927년 간도 공산당 사건으로 분 검거 열풍은 1931년 이후로 함경도 전역에 들이닥친다. 이것은 간도에서부터 시작한 그 “사악한 바람”이 한반도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사악한 바람”은 국경을 넘어 원산의 파업 현장에 도달했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이란 감각을 일깨웠다. 노동자는 농민에게로, 원산은 다른 지역으로 그 바람을 밀어 보냈다. 정평, 갑산의 농민들은 그 바람을 기꺼이 감당하였으며 그것을 다시 세상으로 내보낼 수 있는 진지를 구축하였다. 갑산에서 구축된 폐쇄성 강한 결사체는 억압과 고립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 저항의 기반이었다. 이렇게 국가로부터 추방된 자들이 만들어낸 헤테로토피아적 장소는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급진적인 실험의 장이 된다. 지역 기반의 소조직은 게릴라 활동을 통해 식민 권력에 균열을 내는 활동을 이어갔다. 이렇게 바람은 불어가고 있는 중에 때로는 험준한 지형에 갇혀 고이기도 하며 작은 태풍들을 만들어 응축된 힘을 폭발해 보이기도 했다.
키워드
- 제목
- 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 지도 데이터로 본 저항 감정 지도 -함경도를 중심으로-
- 제목 (타언어)
- An Affective Cartography of Resistance in Colonial Korea- Mapping Surveillance Records with a Focus on Hamgyeong Province
- 저자
- 전성규
- 발행일
- 2025-06
- 저널명
- 국제어문
- 호
- 105
- 페이지
- 195 ~ 237